세일, 블랙 프라이데이, 한정수량.
쇼핑할 때 우리를 멈칫하게 하는 단어들이다. 기업은 사람들의 소비욕구를 고취시키고 그들의 상품을 사게 한다. 필요해서 살 때도 있지만 퍼뜩 정신을 차려보면 왜 이걸 사야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을 수 없을 때도 있다. 왜 그럴까. 기업이 광고를 통해 상품의 이미지를 사람들의 내면 깊숙이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이 차를 타면, 이 집에 살면, 이 가방을 메면 성공한 사람으로 보일 거야, 스타일리시해 보일 거야, 남성적으로 혹은 여성적으로 보일 거야. 기업은 이 상품을 가지면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될 거라고 속삭인다. 나 자신은 변한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 상품이 소중한 집의 공간을 떡하니 차지하는 것 외에는.
사람이 삶을 영위하는데는 사실 그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다. 꽉 찬 옷장, 가득 찬 선반은 돌고 돌아 나를 답답하게 만들고 가둬둘 뿐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에는 최소한의 물건만 소유하며 인생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세일을 하는 할인마트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건물 앞에 빼곡히 모인 사람들은 마트가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일 년에 몇 번 없는 큰 할인행사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문이 열리면 사람들은 달리기 시작한다. 한정된 물량에 다른 사람들과의 몸싸움도 피하지 않는다. 고성이 오가고 싸움이 생긴다. 그들은 왜 이렇게 소비에 집착하는 것일까.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많은 돈을 벌고, 많은 것을 소유하는 인생을 흔히 성공한 삶이라 부른다. 하지만 영상에 등장하는 한 때 성공했던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그런 삶은 허상일 뿐이라고.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않는다고. 그렇다면 어떠한 삶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미니멀리스트들은 우선 적게 소유하라고 조언한다.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있고 메어있다는 것이다. 소유의 고리를 끊어야 삶은 단순해지고 진정한 내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무엇에 행복해하는지 말이다.
어떤 미니멀리스트는 자기가 가진 것중 꼭 필요한 것만 챙겼더니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두 개의 가방에 다 담겼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주장한다. 이 외의 것들은 내 삶에 필요 없는 물건이었다고. 그러고 나서 그는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챙길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자기는 더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면서 말이다.
다큐멘터리 속에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한 사람의 연간 소득이 7만달러에 도달하기 전에는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풍요가 비례하지만, 7만 달러가 넘어서면 정신적 풍요는 물질적 풍요와 큰 관련이 없어진다는 통계가 인상 깊었다. 이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어느 기점을 넘어서면 더 많이 갖는 것이 더 행복하는데 소용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소비를 멈추지 못하는 걸까. 더 행복해지지 않는데 말이다. 영상속에서는 그 이유 중 하나로 광고를 지적한다. 지금 세대의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수많은 광고에 노출되어 왔다. 그 광고는 속삭인다. "더 많은 것을 가져." "너는 더 많은 것이 필요해." "이걸 가지면 넌 더 행복할 거야." 알게 모르게 우리의 가치관은 광고 때문에 소비적으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적인 생각은 인간이 행복해지는데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소비적인 생각이 도움이 되는 집단이 있다. 바로 자본주의의 심장인 기업이다. 기업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끝없는 생산과 소비의 사이클을 반복해야 한다. 소비자는 만족해서는 안된다. 소비가 줄어들면 생산이 멈추고 이익이 줄어든다. 기업은 생존을 위해 소비하라고 광고를 하고 이에 노출된 인간은 자신의 삶의 공허함을 소비로 채운다. 그리고 그만큼 불행해진다.
우리는 생산과 소비라는 폭주기관차에서 내려 잠시 내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정말로 필요하지 않은데 물건을 사고 있다면 그건 나를 위한 게 아닌 기업을 먹여 살리는 일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의 대이동 _ 오건영 _ 책 리뷰 (0) | 2021.11.20 |
---|---|
현명한 투자자 _ 벤저민 그레이엄 _ 책 리뷰 (0) | 2021.10.18 |
매매의 기술 (박병창의 돈을 부르는) _ 책 리뷰 (0) | 2021.07.21 |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 영화 리뷰 (0) | 2020.11.15 |
던월 (The Dawn Wall) , 영화리뷰 (0) | 2020.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