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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욕조가 작아졌다 _ 육아 일기 (D + 69일)

by 토리오빠 2021.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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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아이를 목욕시키는 욕조를 바꿨다. 신생아 때는 세숫대야 두 개면 목욕이 가능했는데 어느새 아이의 발이 대야 밖으로 삐져나오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주문한 아기 전용 욕조는 욕실에 비해 컸다. 이리 놓고 저리 놓아도 목욕시킬만한 공간이 나오지 않았다. 두 번째 날부터 샤워 부스 안쪽에 욕조를 두자 공간이 좀 나왔다. 그만큼 아이를 멀리서 씻겨야 했지만 몇 번 해보니 할만해졌다. 그래도 땀은 송골송골 맺힌다.

 

 아이는 금방금방 큰다. 2달차 예방접종을 가서 몸무게를 쟀는데 태어날 때와 비교해 어느새 두배가 되어 있었다. 이정도면 상위 93%라고 한다. 아내가 말했다. 이러다가 여자 씨름선수가 되는 거 아니냐고. 나도 어릴 때 통통했었다고 하며 그럴 리 없다고 말했지만 괜스레 불안해진다. 진짜 그러면 어떡하지?

 

 몸이 커가는 만큼 아이의 인지능력도 발달하는 것 같았다. 시선이 부모를 쫒아가고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앞에서 소리 내어 놀아주면 좋아하고 전동 바운서에 태워놓고 집안일을 하면 칭얼댄다. 그럴 때 다가와 눈을 맞추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방긋 웃는다. 사르르 녹는 느낌이다.

 

 아이가 순한 것 같다. 50일이 넘어가며 최소 6시간씩 밤잠을 자고 기저귀가 조금 축축한 정도로는 울지 않는다. 돌이켜 보면 울때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그걸 알아차리지 못해 달래느라 고생은 좀 했지만 말이다. 어머니는 너는 백일 전까진 3시간마다 깨서 울었다며 코코 보고 효녀라고 한다. 하긴 다른 아이에 비해 유별나다 느낀 적 없으니 효녀라고 해도 되겠다 싶다.

 

 내일은 월요일이다. 내가 출근을 하게되면 아내가 아이를 돌보느라 고군분투할 텐데 마음이 쓰인다. 퇴근 후에 내가 목욕을 시키고 수유를 하고 재우지만 아내가 더 고생하는 것을 잘 안다. 밤에 자느라 낮잠을 자지 않는 아이를 돌보며 힘들어할 아내를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도 육아를 하며 티격태격할 때가 많다. 왜 이렇게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는지. 나도 힘들긴 한가보다. 

 

 한 달만 있으면 백일의 기적이 생긴다. 그때까지만 좀더 참고 버텨보자. 아내의 마음에 생채기 내지 않으며 말이다. 내일도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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