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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투자고전

(책리뷰) 거인의 어깨 _ 홍진채

by 토리오빠 2023.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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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 고전을 열심히 읽던 시절 그 방대한 양과 복잡한 생각의 흐름에 압도되었던 적이 있다. 거인의 생각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에 나는 너무 작았고 볼품없었다. 누군가는 그랬다. 고전은 그 원문 그대로 읽어야 하고 가능하다면 본래의 언어(라틴어, 영어 등)로 읽어야 그 참 뜻을 더 깊이 파악할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읽기도 전에 포기할 판이었다. 간신히 읽어냈어도 책이 가진 의미의 반에 반도 얻지 못한 것 같았다. 마치 생 쌀을 씹는 느낌이랄까. 아무리 몸에 좋은 생식이어도 하루이틀이지 앞으로 살아갈 날이 구만리인 사람이 평생을 이렇게 견딜 수는 없다. 나는 그렇게 어느 정도 현실에 타협을 하고 철학 해설서를 집어 들었다.

 

 투자 고전도 마찬가지였다. 현명한 투자자와 같은 책을 읽었지만 현실에 적용할 방법은 막막했다. 투자경력이 짧은 내가 거인의 생각을 체득하는 것도 어려웠고 실제 실용적인 방법으로 구현하는 건 꿈도 꾸지 못했다. 고전의 중요성은 알았지만 그냥 그들의 사상을 겉핥기 식으로 읽는 것에 만족했다. 경험이 쌓이는 와중에 또 읽으면 다른 게 보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해설서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철학 고전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람은 해설서를 읽으면 거인이 아닌 해설한 사람의 수준밖에 성장하기 어려우므로 원서를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거인은 꿈도 꾸지 않고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바라는 내겐 작가의 수준만으로도 차고 넘쳤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고전이 뭘 말하고 있는 지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성공한 투자자는 자신의 전략을 공유하지 않는다. 전략이 노출되면 자신이 돈을 벌 수 있는 엣지가 사라질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투자전략을 많은 자료로 남긴 거인들에 대해 기술한다. 그레이엄, 워렌버핏, 피터린치 그리고 필립피셔까지.

 

 각각의 거인들은 투자스타일이 다 다르다. 저자는 각각에 대해 설명해 주고 어떤 식으로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지까지 설명해 준다. 사상에서부터 실용까지. 너무 뜬구름을 잡거나 너무 지엽적인 다른 책들과 달랐다.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헤매지 않고 더 빠른 길을 걸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못해 그동안의 시간이 억울한 느낌이다.

 

 물론 고전은 중요하다. 10년 20년 뒤를 생각해 본다면 사람들에게 투자 고전이 읽히고 있을까 아니면 작가의 거인의 어깨가 읽히고 있을까. 아마 투자 고전은 서점 한구석에서 계속 팔리겠지만 이 책은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자취를 감췄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무 사다리가 먼 훗날 썩어서 쓸 수 없게 된다고 해서 지금 필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거인의 발끗에도 미치지 못하는 내가 어깨에 올라타기 위한 사다리는 지금 필요하니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여러 번 읽을 생각이다. 한 번 읽은 것으로 내용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통 이건 고전을 읽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니 이 책도 고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앞의 커다란 거인보다 좀 작은 거인. 나의 작은 거인인 홍진채 작가의 거인의 어깨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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