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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81

마지막 하원 _ 육아일기 (D + 1084일, D + 459일) 오늘은 첫째가 다니던 어린이집의 마지막 하원일이다. 다음 주부터 새로운 어린이집으로 옮기고 새 학기가 시작하기에 오늘이 기존 어린이집에서는 마지막 날인 것이다. 보통 4시 반쯤 집에서 출발해서 첫째를 하원시키러 가는데 오늘은 마음이 편치 않아 4시 좀 넘어서 집을 나섰다. 둘째를 준비시켜 웨건을 끌고 어린이집에 도착해 첫째를 호출했다. 그러고 나서 습관적으로 신발장을 봤는데 아뿔싸. 첫째의 신발 하나만 남아있다.  보통은 네다섯 켤레의 다른 아이들의 신발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날은 정규일이 아닌 신청자에 한해 등원시키는 보조보육일이어서 그런지 다른 아이들이 일찍 하원해 버렸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어린이집 아이들 중 첫째를 마지막으로 하원시킨 건 처음있는 일이었다. 가끔 아빠는 왜 이렇게.. 2024. 5. 6.
아내의 회식 _ 육아일기 (D + 1077일, D + 452일) 오늘은 아내의 회식이 있는 날이다. 아내가 복직한 후 첫 회식을 할 때는 혼자서 아이들을 재울 생각에 긴장을 좀 했었는데 두 번째가 되니 좀 힘들겠지만 그냥 하면 되지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프로 아빠가 된 기분이랄까. 그만큼 혼자하는 육아가 익숙해졌다.   평소처럼 아이들을 하원을 시키고 저녁을 먹였다. 오늘의 메뉴는 돼지고기 수육. 비교적 저렴한 앞다리살로 골라서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아이들이 잘 먹어 다행이었다. 특히 둘째가 청소기가 빨아들이듯 수육을 흡입해서 뿌듯함을 느꼈다.  저녁먹은 걸 정리하니 시간이 훌쩍 간다. 중간중간 심심하다고 놀아달라는 민원이 계속 발생했지만 "이것만 치우고 놀아줄게, 이것만 정리하고 책 읽어줄게."라고 이야기하며 할 일을 하나씩 해치웠다. 맘껏 놀아주지 못해.. 2024. 4. 28.
터트리고 싶다 _ 육아일기 (D + 1070일, D + 445일) 백화점에 갔다. 선물로 받은 아이들 옷을 더 큰 사이즈로 교환하고 점심도 먹었다. 아이들도 돌보고 할 일도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어쩌면 이게 집에 있지 않고 밖으로 나온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백화점을 둘러보다 선물을 준다기에 가까이 가봤더니 학습지 판촉이었다. 아이들이 이미 선물에 정신이 팔려있어 그냥 지나갈 순 없었다. 결국 아내의 개인정보를 넘겨준 대가로 풍선과 여러 기념품을 받았다. 첫째는 보라색 풍선 둘째는 노란색 풍선을 받았다. 별 생각없이 걸어가고 있는데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우선 풍선이 자꾸 플라스틱 막대기에서 떨어졌다. 돌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둘째는 풍선을 이리저리 흔들며 자꾸 떨어트렸다. 계속 끼워줬지만 이것도 한두 번이지 10번도 넘게 끼워주다 보니.. 2024. 4. 21.
필름이 끊겼다 _ 육아일기 (D + 1064일, D + 439일) 올해 명절부턴 내 본가와 처갓집에서 하루씩 자기로 아내와 이야기를 했다. 명절에 하루 같이 자는 게 가족들과의 친목에도 좋고 아이들의 경험에도 긍정적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번 설에는 여건이 안돼서 처갓집에서만 하루를 자기로 했다. 결론적으로 의도는 좋았으나 실수를 하고 말았다. 내 필름이 끊겨버린 것이다. 장인어른께서 술을 좋아하시기에 꽤 많은 술을 먹게 될 줄은 알았는데, 어차피 마셔도 여기서 자면 된다는 생각에 내 마음속에 브레이크를 잊어버렸고 나는 그렇게 과음하게 되었다. 6시쯤 시작된 술자리에서 장인어른과 나 그리고 형님이 많이 마셨으나 나만 조절하지 못했다. 새벽 4시쯤 깨서 일어나니 뒷골이 오싹했다.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둘째와 내가 .. 2024. 4. 14.
대가족 _ 육아일기 (D + 1056일, D + 431일) 장모님 생신이라 처갓집 식구들이 모였다. 괜찮은 분위기의 중식당에서 원형테이블에 모여 앉으니 이게 대가족이구나 싶었다. 예전에는 이렇게 3대가 모여 살았다는데 복작복작하니 사람냄새가 진하게 난다. 요리와 식사를 하고 술도 한잔 하니 시간이 훌쩍 갔다. 어른들은 아직 먹고 있는데 진즉에 식사를 끝낸 아이들은 몸이 근질근질 한 것 같았다. 생일케이크도 불고 후식이 나오니 처조카들과 첫째가 원탁 주위를 뱅글뱅글 돌기 시작한다. 식당이 룸 구조였기에 그냥 두었는데 빨리 달리기 시작하고 소리를 지르는 통에 첫째에게 주의를 좀 줬다. 소리 지르기는 멈췄지만 신난 표정은 여전하다. 땀을 뻘뻘 흘리도록 사촌언니들과 뛰어다니기 바쁘다. 쫒고 잡고 껴안고. 그 광경을 구경하는 둘째의 표정도 잔뜩 신나 있다. 아직 잘 걷지.. 2024. 4. 7.
아내의 복직 _ 육아일기 (D + 1048일, D + 423일) 아내가 복직을 한 후 일주일이 지났다. 혼자서 두 아이를 돌봐야 하는 책임감의 무게를 느낀 한 주였다. 첫날부터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휴직을 하고나선 알람을 맞추지 않고 일어났는데 아이들이 깨기 전에 준비를 하기 위해 오랜만에 알람소리에 일어났다. 아내는 훨씬 더 일찍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이 둘을 돌보며 씻기는 어렵기에 먼저 샤워를 하고 집안일을 시작했다. 식기세척기에 있는 식기를 정리하고 첫째 등원가방을 준비하고, 아침간식을 만드니 아이들이 일어났다. 아내 역시 일찍부터 준비했기에 여유가 좀 있었다. 평소처럼 아이들을 돌보고 아내는 8시쯤 출근했다. 인사를 하고 나니 첫째가 운다.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우는 첫째를 달래며 둘째를 돌봤다. 이 정도는 예상했었던 어려움이라 당황하지 않았다. .. 2024. 3. 31.
김 _ 육아일기 (D + 1042일, D + 417일) 육아를 하다 보면 듣는 말이 있다. 그중 하나가 한국 아이들은 김이랑 미역국이 다 키운다는 말이다. 둘째를 돌 넘게 키운 경력직 아빠로서 저 말에 100% 동감한다. 특히 김이 없었다면 어떻게 아이들을 키웠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돌이 갓 지난 둘째는 저염식을 한다. 일부러 소금 간을 하는 일은 없고 해산물 등을 먹일 때 자체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염분을 섭취하는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김을 먹일 때도 소금 간을 전혀 하지 않은 유아용 김을 사 먹인다. 내가 먹어보면 밍밍한 맛인데 둘째가 이걸 거부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이건 첫째도 마찬가지였다. 둘째는 김만 보면 빨리 달라고 소리를 친다. 밥에 김을 싸 줘도 잘 먹고 김만 줘도 잘 먹는다. 아이를 키우다 요리할만한 시간도 없고 반찬거리도 애매할 때 맨.. 2024. 3. 24.
돌치레 _ 육아일기 (D + 1034일, D + 409일)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처음으로 수영장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아침에 부지런히 준비하는데 둘째의 다리에 빨간 발진이 보인다. 500원짜리 동전보다 조금 큰 크기. 반응을 보니 가려워하지 않는 것 같아 나중에 연고나 좀 발라줘야겠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리조트 수영장으로 향했다. 수영장에 도착해 재밌게 놀아주다가 점심을 먹으려고 의자에 앉혔는데 발진이 급속도로 퍼져있었다. 허벅지가 특히 심각했고 선명하게 붉었으며 부어올라있었다. 하지만 둘째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기에 그냥 예정대로 시간을 보냈다. 밥도 잘 먹고 기분도 좋아 보였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피부과에 들려 진료를 받으니 알레르기성 발진으로 보인다며 약을 처방받았다. 증상이 시각적으론 심해 보여서 걱정했는데 알레르기라니 안심이 되었다. 약을 좀 .. 2024. 3. 17.
아내의 복직 _ 육아일기 ( D + 1028일, D + 403일) 아내의 복직이 결정됐다. 원래는 3월 말까지 휴직을 해서 첫째와 둘째를 어린이집에 같이 적응시키고 복직할 예정이었지만 아내 회사 인사담당자의 전화를 받고 고심 끝에 조기 복직을 결정했다. 인사담당자는 정기 인사시즌이 아닐 때 복직할 경우 육아에 대한 배려를 고려할 수 없어 먼 거리에 복직을 시킬 수도 있다며 협박에 가까운 압박을 했고 아내와 나는 고민 끝에 고생스럽더라도 회사에 맞춰주는 걸로 의견을 모았다. 반감이 든건 사실이다. 내가 느끼기엔 인사담당자가 인력배치를 하는데 적합한 인력이 부족해 아내에게 연락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3월 말 복직으로 못 박아 놓았던 휴직을 당겨가며 복직하라고 할 이유가 없다. 인력이 부족하지 않다면 정기인사 시즌에 인사배치를 하고 복직자는 자기와 상관없.. 2024.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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