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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70

호랑이 _ 육아일기 (D + 956일, D + 331일) 집에서 첫째랑 놀아주다 보면 숨바꼭질을 할 때가 있다. 재밌게 놀다가 문 뒤나 싱크대 사이에 숨는다. 첫째는 아빠를 부르며 날 찾기 시작한다. 한두 번 숨은 게 아니기에 장소는 뻔하다.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면 나는 "왁!" 하며 첫째를 놀라게 한다. 첫째는 밝게 웃으며 아빠가 호랑인 줄 알았다고 하곤 또 숨으라고 말한다. 그렇게 한동안 숨바꼭질이 이어진다. 그러던 어느날부터 첫 째가 아빠가 호랑이가 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터무니없는 고민이지만 나름 진지해 보였다. 어흥하고 놀려주고 크게 개의치 않았다. 내가 호랑이가 될 리가 없으니 말이다. 여느날처럼 숨바꼭질을 하는 데 힘이 들어 실외기실 깊숙이 숨어버렸다. 평소에 숨는 곳도 아니고 베란다 밖이기에 쉽게 찾지 못할 것이다. 첫 째의 목소리가 들렸지.. 2024. 1. 7.
자매의 난 _ 육아일기 (D + 951일, D + 326일) 둘째가 기어 다닐 수 있게 되면서부터 자매의 난은 시작되었다. 첫째가 사부작사부작 놀고 있으면 둘째가 와서 망가트리고 헤집어 놓았다. 첫째는 짜증을 내며 둘째를 때리고 얻어맞은 둘째는 엉엉 울며 눈물을 흘린다. 이전엔 질투가 나도 이렇게 직접적으로 때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었는데 당황스러웠다. 첫째의 팔을 꼭 붙들고 동생이 귀찮게 해도 때리면 안 된다고 훈육하면 대답은 곧잘 하지만 결과는 바뀌는 게 없다. 둘째가 첫째 주변으로 향하면 멀리 떼어놓기 바쁘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앞으로 1년간은 더 심해질 거라고 한다. 둘째를 가지며 부모가 놀아주지 않아도 둘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이러한 상상이 현실이 되려면 2~3년은 지나야 될 것 같다. 물론 그때도 자매끼리 계속 싸울 테지만 말이다... 2023. 12. 23.
애착인형 _ 육아일기 (D + 942일, D + 217일) 어린아이들은 보통 애착인형을 가지고 있다. 잘 때 끌어안고 자곤 하는데 옆에 있는 것만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고 한다. 청소년, 성인이 돼서도 애착인형에 기대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사람이 성장하는 데 있어 심리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아내와 나도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서 애착인형을 만들어주는데 신경을 썼다. 첫 째가 자는 침대에 토끼인형, 강아지 인형등 귀여운 인형을 두었고 과연 이 인형들 중 어떤 게 애착인형이 될지 궁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결과는 어이없게도 매일 베고 자는, 뒤통수를 예쁘게 만들어주는 아기베개가 첫 째의 애착인형이 되었다. 애착인형이 꼭 인형이 아니라 다양한 사물이 될 수도 있다고 읽긴 했지만 그 결과가 눈앞에 펼쳐질 줄은 몰랐다. 첫 째는 그 이후로 잠을 잘 때나 멀리.. 2023. 12. 17.
나도 소고기 좋아해 _ 육아일기 (D + 933일, D + 308일) 퇴근 전 아내와 저녁으로 뭘 먹을지 정하곤 한다. 오늘은 냉동실에 있는 육개장을 데워서 간단히 먹기로 했다. 육개장으론 부족하니 계란프라이를 넉넉히 해서 먹자고 말했다. 메뉴가 좀 부실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차피 아이들과 같이 먹으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다. 그냥 배만 채우면 된다. 한참 뒤에 다시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아내가 첫째의 저녁으로는 소고기를 구워준다고 한다. 순간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든다. 소고기를 살 거면 좀 넉넉히 사서 같이 구워 먹으면 되지 왜 조금만 사서 애들만 구워준다고 하지? 나는 입도 아닌가? 소고기 가격이 비싸 부담이 되면 그냥 돼지고기를 구워 먹어도 될 텐데. 그전에도 우리는 간단히 먹고 첫째는 소고기를 먹인 적이 몇 번 있었다. 지금과.. 2023. 12. 7.
편한 여행은 언제쯤? _ 육아일기(D + 925일, D + 300일) 고등학교 졸업 후 일 년에 한두 번, 친구들과 1박 2일로 여행을 가곤 했다. 바다도 가고 계곡도 갔다. 그게 쭉 이어져 요즘도 일 년에 한 번은 그렇게 놀러 간다. 그전에는 별생각 없이 놀다 오면 됐는데 요즘은 참석이 쉽지 않다. 작년 여행은 장모님이 1박 2일로 집에 와주셔서 다녀왔는데 이번년도에는 염치가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이번엔 내가 사는 지역 근처로 숙소를 잡으면 안 되냐고 부탁을 했다. 흔쾌히 승낙을 해준 덕분에 우리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숙소를 잡았고 나는 애들을 재우고 밤 9시쯤 출발해서 놀다가 다음날 아침 7시에 돌아올 생각이었다. 친구들은 일찍 만났다. 토요일 아침부터 스크린 골프를 치고 숙소 근처서 점심을 먹고 물놀이를 갈 예정이라고 했다. 집에서 육아를 하고 있던 나는 .. 2023. 11. 30.
커나간다는 것 _ 육아 일기 ( D + 912일, D + 287일) 둘째는 발달이 늦은 편이다. 첫째가 7개월 전후로 기기 시작했던 것 같은데 둘째는 9개월이 됐는데도 길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최근에서야 앞으로 가려고 용을 쓴다. 한 발짜국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뒤처지는 탓에 맘이 쓰인다. 이럴 때 떠오르는 말이 있다. 몸에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못 걷는 사람 있어? 맞는 말이다. 몸에 이상이 있지 않는 한 걷지 못하는 사람은 보질 못했다. 조바심이 나더라도 가만히 지켜보면 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첫째는 기저귀를 떼는 과정이 쉽지 않다. 처음엔 쉬가 마렵다고 화장실에 곧 잘 가더니 요즘은 쉬가 마려운데도 아니라고 우기다 결국 팬티에 싼다. 걸레로 바닥을 닦고 옷을 갈아입히고. 이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반복되니 지친.. 2023. 11. 26.
우리 아들 괴롭히지마 _ 육아 일기 (D + 905일, D + 280일) 오랜만에 본가 가족끼리 모였다. 동생과 내 생일에 맞춰 토요일 점심에 밥을 먹기로 한 것이다. 아이들 때문에 밖에서 먹기 힘드니 집에서 장어와 해물찜을 먹었다. 동생과 나의 생일케이크지만 코코가 큰 소리로 생일축하노래를 부른 뒤 직접 초를 껐다.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온 사방에 침이 다 튀었다. 맘껏 웃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생일상을 정리하고 피곤해 소파에 기대어 쉬고 있는데 첫째가 내 위에 올라탄다. 말을 타듯이 따그닥 소리를 내며 엉덩이로 내 등을 사정없이 내려찍는다. 아직 어린아이라서 몸무게는 얼마 나가지 않는데 생각보다 등이 아프다. "그만하면 안될까? 아빠 아픈데?" 첫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재밌는지 계속한다. 한참을 당하고 있으니 그 모습을 본 엄마가 웃으며 말한다. "우리 아들 괴롭히지마!".. 2023. 11. 13.
도움이 필요해 _ 육아일기 (D + 896일, D + 271일) 주말이 되면 아내와 나의 고민이 시작된다. 오늘은 어디를 데리고 나가지? 첫째와 둘째를 같이 데리고 나갈 때도 있고 둘 중 하나만 데리고 나가는 경우도 있다. 보통은 첫 째를 같이 데려간다. 밖에서 여러 경험을 하면 좋을 시기니 말이다. 우리가 힘들더라도 밖에 데리고 나가는 이유는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고 시간이 가지 않아서이다. 집에서 어른 둘, 아이 둘이서 부대끼면 갑갑하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같이 춤추고 노래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하루종일 집에 있다면 어른도 아이도 지치기 마련이다. 오늘은 첫 째만 데리고 키즈카페처에 가서 놀다가 근처 신세계 백화점에서 점심을 먹이고 집에 돌아오기로 했다. 오는 길에 코코가 낮잠을 자준다면 10시쯤 출발해 집에 3시 넘어서 도착하는 나름 긴 외출이다. 시작은 순조.. 2023. 10. 31.
화캉스 _ 육아 일기 (D + 886일, D + 261일) 화캉스라는 말이 있다. 육아를 하고 있을 때 화장실에 가면 마치 바캉스에 간 것처럼 편안하고 조용함을 느낀다는 말이다. 실제로 그랬다. 육아로 정신없는 와중에도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간다고 이야기하면 아내가 막을 명분이 없다. 일단 화장실에 들어가면 느긋하게 볼일을 해결하고 나온다. 아이가 깨어있는 중에 가장 맘 편히 핸드폰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런 화캉스는 둘째가 태어난 다음부터 끝나버렸다. 아이가 둘이 되니 아내가 화장실 갈때 둘째를 데려가라고 한다. 배가 아프면 일단 아기의자를 화장실 문 앞에 놓는다. 그다음에 안방문을 잠그고 들어와 화장실 앞 의자에 둘째를 앉힌다. 그리고 화장실을 활짝 열어놓고 볼일을 본다. 전엔 편하게 핸드폰을 봤었지만 지금은 둘째가 심심하지 않도록 놀아줘.. 2023.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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