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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육아일기

대가족 _ 육아일기 (D + 1056일, D + 431일)

by 토리오빠 2024.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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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모님 생신이라 처갓집 식구들이 모였다. 괜찮은 분위기의 중식당에서 원형테이블에 모여 앉으니 이게 대가족이구나 싶었다. 예전에는 이렇게 3대가 모여 살았다는데 복작복작하니 사람냄새가 진하게 난다. 요리와 식사를 하고 술도 한잔 하니 시간이 훌쩍 갔다.

 

 어른들은 아직 먹고 있는데 진즉에 식사를 끝낸 아이들은 몸이 근질근질 한 것 같았다. 생일케이크도 불고 후식이 나오니 처조카들과 첫째가 원탁 주위를 뱅글뱅글 돌기 시작한다. 식당이 룸 구조였기에 그냥 두었는데 빨리 달리기 시작하고 소리를 지르는 통에 첫째에게 주의를 좀 줬다. 소리 지르기는 멈췄지만 신난 표정은 여전하다. 땀을 뻘뻘 흘리도록 사촌언니들과 뛰어다니기 바쁘다. 쫒고 잡고 껴안고. 그 광경을 구경하는 둘째의 표정도 잔뜩 신나 있다. 아직 잘 걷지 못해 아기의자에 앉혀뒀는데 신발을 신겨 걷게 하니 자기도 원탁주위를 돌겠다며 열심히다. 처조카들이 손을 잡아줘서 둘째도 신나게 걷는다.

 

 계속 두면 끝이 없을 것 같기에 자리를 정리했다. 식당을 나가면서도 신나서 뛰어나간다. 첫째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애교도 부리고 이모에게 앵기기도 하고 사촌언니들과 뛰어놀기도 한다. 둘째도 들떠서 돌고래 소리를 지른다. 

 

 아쉽지만 헤어질 시간, 인사를 하고 집에 가는데 첫째가 도무지 진정이 안된다. 말도 많고 계속 웃고 노래도 부른다. 마치 술취한 사람처럼 아는 동요 메들리를 부르는데 아내와 나는 재밌기도 하면서도 전에는 못 보던 모습에 살짝 당황스럽기도 했다. 가족들끼리 모인 게 그렇게 좋을까. 어쩜 저렇게 신이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나도 어렸을 때 친척들끼리 모이면 괜스레 신이 났던 것 같다. 가족모임을 항상 기다렸고 사촌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놀다가 집에 가야 하면 어찌 그렇게 아쉬웠는지. 복작복작한 그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결국 첫째는 자러 들어갔다가 쉬하러 나온 화장실에서도 춤을 췄다. 변기위에서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데 참 행복해 보였다. 가족들과 보낸 시간의 여운에 이렇게 신나 하다니 귀엽디 귀엽다.

 

 아이를 낳으면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는데 아이들이 그 시간을 좋아하는 것도 큰 이유인 것 같다. 아이들이 좋으면 나도 좋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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