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아 안녕? 아빠야. 추운 겨울에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기다렸던 쑥쑥이가 세상에 나온 지도 어느새 100일이 지났어. 언니 덕택에 초보 딱지를 뗀 아빠는 귀여운 쑥쑥이에게 푹 빠져있어.
처음에 초점이 없었던 눈은 이제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내. 잠깐 쑥쑥이를 눕혀놓고 할 일을 하다가 주변에 앉으면 아빠를 알아보고 배시시 웃음을 지어. 그럼 아빠는 목과 볼에 뽀뽀세례를 퍼붓곤 해. 그때 너의 행복한 미소를 보면 마음 가득 충만함이 생겨. 행복해.
물론 쉽진 않아. 누가 그러더라고 둘째가 태어나면 첫째의 세배가 힘들다고. 둘 다 돌보느라 그렇겠지만 사실 힘든 것보다 너희들이 있음으로 인해 생기는 행복감이 더 큰 것 같아. 엄마랑 아빠 둘만 이 집에 있으면 얼마나 웃을 일이 있겠어. 쑥쑥이와 언니 덕분에 웃는 거지.
아빠가 미안한게 쑥쑥이는 태어나고 얼마 안돼서 코감기와 코로나에 고생했어. 언니처럼 첫 째라면 잔병치레 없이 컷을 텐데. 아무래도 언니가 어린이집에 다니니 이래저래 병원균을 옮겨왔나 봐. 그래서 코가 막혀 잠도 잘 못 자고 목도 많이 부어서 약도 먹었어. 1ml도 안 되는 양을 계량해서 먹이는데 마음이 좀 그렇더라고. 신생아인데 벌써부터 약이라니.
몸이 아픈 것도 그렇지만 평소에 돌봐주는 것도 하나가 아닌 둘이니 어쩔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언니처럼 운다고 바로 가서 달래주지 못할 때도 많거든. 하던 집안일을 마무리하느라 그럴 때도 있지만 언니가 쑥쑥이에게 가는 사랑을 질투해서 그렇기도 해. 쑥쑥이를 안아주려고 하면 울면서 방해할 때도 있거든. 혼자 사랑을 독차지하다가 아무래도 우리의 관심을 나눠가지니 그런가 봐.
아빠는 그럴 때마다 미안해. 하지만 쑥쑥이는 그런 와중에서도 잘해주고 있어. 언니처럼 두세 시간 내리 운 적도 없고 생각보다 일찍 통잠을 자 줘서 이렇게 아빠에게 여유시간도 주고 말이야. 쑥쑥이가 순하고 무던해서 아빤 감사해.
오늘은 봄비가 내렸어. 이제 날씨가 풀리면 쑥쑥이를 데리고 밖에 좀 나가볼까 해. 집안을 구경하는 것만 해도 신기해하는데 난생처음 보는 바깥세상에 쑥쑥이가 얼마나 재밌어할지 기대돼.
여러모로 부족한 아빠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삶,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사랑해 쑥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