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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68

돌치레 _ 육아일기 (D + 1034일, D + 409일)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처음으로 수영장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아침에 부지런히 준비하는데 둘째의 다리에 빨간 발진이 보인다. 500원짜리 동전보다 조금 큰 크기. 반응을 보니 가려워하지 않는 것 같아 나중에 연고나 좀 발라줘야겠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리조트 수영장으로 향했다. 수영장에 도착해 재밌게 놀아주다가 점심을 먹으려고 의자에 앉혔는데 발진이 급속도로 퍼져있었다. 허벅지가 특히 심각했고 선명하게 붉었으며 부어올라있었다. 하지만 둘째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기에 그냥 예정대로 시간을 보냈다. 밥도 잘 먹고 기분도 좋아 보였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피부과에 들려 진료를 받으니 알레르기성 발진으로 보인다며 약을 처방받았다. 증상이 시각적으론 심해 보여서 걱정했는데 알레르기라니 안심이 되었다. 약을 좀 .. 2024. 3. 17.
아내의 복직 _ 육아일기 ( D + 1028일, D + 403일) 아내의 복직이 결정됐다. 원래는 3월 말까지 휴직을 해서 첫째와 둘째를 어린이집에 같이 적응시키고 복직할 예정이었지만 아내 회사 인사담당자의 전화를 받고 고심 끝에 조기 복직을 결정했다. 인사담당자는 정기 인사시즌이 아닐 때 복직할 경우 육아에 대한 배려를 고려할 수 없어 먼 거리에 복직을 시킬 수도 있다며 협박에 가까운 압박을 했고 아내와 나는 고민 끝에 고생스럽더라도 회사에 맞춰주는 걸로 의견을 모았다. 반감이 든건 사실이다. 내가 느끼기엔 인사담당자가 인력배치를 하는데 적합한 인력이 부족해 아내에게 연락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3월 말 복직으로 못 박아 놓았던 휴직을 당겨가며 복직하라고 할 이유가 없다. 인력이 부족하지 않다면 정기인사 시즌에 인사배치를 하고 복직자는 자기와 상관없.. 2024. 3. 10.
2023년을 보내며 _ 육아일기 (D + 1021일 , D + 396일) 22년 12월 1일 둘째가 태어나고 병원과 조리원을 거쳐 23년 새해가 밝을 때쯤 갓난아이가 집에 왔다. 작년에 새해가 오는 걸 어떻게 맞이했는지 기억나지 않는 것을 보면 밤잠 못 자는 둘째를 돌보느라 정신없이 보냈던 것 같다. 그해 비하면 올해는 여유가 있다. 애들을 재우고 치킨을 시켰다. 음식을 기다리며 이렇게 일기를 쓸 시간도 있으니 1년 새 많은 게 변한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로서 책임감은 막중하다. 둘째가 온몸에 알레르기 발진이 일어난 데다가 열이 나서 오늘은 맥주를 마시지 않기로 했다. 혹시 둘째가 고열이 나면 새벽에 운전해서 응급실에 가야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살짝 김 빠지긴 하지만 술대신 콜라로 한 해를 마무리해야지. 2023년은 아이가 한 명에서 둘이 되면 세배가 힘들다는 말을 체.. 2024. 3. 3.
홍합탕 _ 육아일기 (D + 1013일, D + 388일) 오늘은 아내가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는 날이다. 아침 8시 반에 출발 예정이기에 어머니(와이프의 시어머니)가 육아를 도와주시려고 아침 일찍 오셨다. 아내는 아침 일찍 도착한 수산물 박스를 베란다 한쪽에 정리하고 집을 나섰다. 어제 조개가 먹고 싶어 시킨 홍합이었다. 스티로폼 상자가 생각보다 크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는 오후 5시쯤 집에 도착했다. 결혼식도 보고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와서 밝은 표정이었다. 어머니가 오후 4시쯤 집에 가셨기에 1시간 동안 아이 둘을 본 나는 아내가 오자 긴장이 살짝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전에도 이래저래 육아에 치였지만 마지막 1시간은 혼자서 봐야 하기에 아이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린 터였다. 아내는 옷을 갈아입고는 홍합탕 끓였냐고 물어본다. 빠직. 이마에 혈관이 돋아나는 것 같다.. 2024. 2. 25.
턱걸이 _ 육아일기 (D + 1007일, D + 382일) 평소처럼 턱걸이를 하기 위해 준비를 했다. 턱걸이 봉을 설치하고 타이머를 설정하려는 순간 첫째가 와서 자기도 하고 싶다고 한다. 아빠가 먼저 하고 나서 봉에 매달릴 수 있게 해 준다고 하니 알겠다고 하며 초롱초롱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다시 타이머를 설정하고 턱걸이를 시작한다. 끙끙대며 1세트를 하고나서 1분 30초 타이머를 맞춘다. 휴식시간을 정해놓지 않으면 늘어지고 운동의 강도를 일정하게 할 수가 없다. 거칠어진 숨을 내쉬고 있으니 첫째가 "아빠 잘한다~"라고 얘기하는데 괜스레 뿌듯하다. 휴식 시간이 지나고 2세트, 좀 쉬었다 다시 3세트를 마무리한다. 온몸에 열기가 훅 올라온다. 나도 모르게 턱걸이봉을 정리하려 하니 첫째가 "아빠 나도 해야지!" 소리친다. 큰일날 뻔했네 깜빡해 버렸다. 첫째를 들.. 2024. 2. 18.
걸었다! _ 육아일기 (D + 997일, D + 372일) 둘째는 돌이 지나도록 걷지 못했다. 한 한 달 전부터 잘 붙잡고 서있었고 이주 전부턴 붙잡지 않고도 서있길래 돌 전에 걸을 줄 알았는데 첫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옆에서 보면 충분히 걸을 수 있을 것 같은데도 걷지 않고 조심히 앉은 다음 기어 오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둘째라 그런지 조급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언젠간 걷겠지 라고 생각하며 기다렸다. 첫째 때는 일부러 걸음마 보조기로 연습도 시키고 그랬는데 확실히 유경험자라 그런지 아내도 나도 차분한 느낌이었다. 여느 때처럼 아내가 첫째를 샤워 시키러 갔을 때 둘째는 소파를 붙잡고 서있었다. 별생각 없이 이리 와봐!라고 이야기하며 팔을 벌렸는데 둘째가 조심조심 발을 떼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섯 걸음을 걷고 내게 안겼다. 나는 기쁜 마음에 흥분해서 .. 2024. 2. 12.
둘이 논다 _ 육아일기 (D + 989일, D + 364일) 저녁 8시. 아이 둘을 재우는 시간이다. 육퇴를 위한 마지막 관문을 헤쳐나가기 위해 분유, 손수건, 쪽쪽이 등을 챙겨서 코자방(침실)으로 향한다. 오늘 둘째가 낮잠을 많이 자서 금방 잠들지 않을 것 같단 불안한 마음이 든다. 둘째의 분유수유를 마친 후 손수건으로 입을 닦아주고 쪽쪽이를 물린다. 한 방에 네 가족이 있지만 둘째 침대에 펜스가 있기에 첫째는 아내가, 둘째는 내가 붙어 재운다. 애착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 있길래 칼육퇴를 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잠시 가졌지만 고개를 번쩍 들고 날 밟고 일어서기 시작한다. 아내는 첫째와 이야기가 한창이다. 사실 빨리 재우기 위해선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자는 척하는 게 제일이지만 아내는 잠들기 전에 하는 대화가 정서적 교감이 많이 되는 것 같다며 이런저런 이야기.. 2024. 2. 4.
둘째의 돌 _ 육아일기 (D + 986일, D + 361일) 곧 다가올 둘째 돌을 맞아 사진촬영과 돌잔치를 했다. 첫째 때는 코로나가 심해 그냥 지나갔었는데 이번에는 피해 갈 수 없게 되었다. 아내의 인스타 감성을 따라가지 못하기에 내가 딱히 준비한 건 없었지만 살짝 긴장이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돌잔치에 직계 가족만 초대했단 점이었다. 돌잔치 며칠 전에 진행한 사진촬영은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었다. 전날 발톱을 좀 크게 다쳐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지만 스튜디오에서 따로 또 같이 가족사진을 찍었다. 다른 작가님들과 다르게 편안한 분위기에서 핸드폰으로도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게 해 주셔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첫 사진을 찍을 때는 그냥 앉아서 애기를 안아보라길래 얼떨결에 갔다가 한참 후에야 사진촬영이 시작된 걸 알아챘다. 그 덕에 둘.. 2024. 1. 27.
육아휴직 _ 육아일기 (D + 973일, D + 348일) 육아휴직을 했다. 앞으로 1년 4개월간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된다. 아내는 4개월 정도 나와 동시 육아휴직을 하고 회사에 복직한다. 이상한 기분이다. 10년 가까이 다닌 회사를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게. 물론 육아를 해야 하기에 노는 시간인 것은 아니지만 돈을 벌기 위해 무언갈 해야만 하는 의무감이 가벼워졌다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만큼 육아에 대한 책임감은 더 무거워졌다. 아내가 복직을 하게 되면 육아와 더불어 대부분의 집안일을 내가 해야 된다. 다행인 건 요리가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 맛있게 만드는 건 또 다른 문제지만 말이다. 처형네 가족을 보면 형님이 육아휴직을 할 때는 아이들이 아빠만 찾았다고 한다. 그전엔 엄마만 찾던 아이들이 내게 더 의지할 생각에 살짝 뭉클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 2024.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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