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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육아일기

둘째의 돌 _ 육아일기 (D + 986일, D + 361일)

by 토리오빠 2024.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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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다가올 둘째 돌을 맞아 사진촬영과 돌잔치를 했다. 첫째 때는 코로나가 심해 그냥 지나갔었는데 이번에는 피해 갈 수 없게 되었다. 아내의 인스타 감성을 따라가지 못하기에 내가 딱히 준비한 건 없었지만 살짝 긴장이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돌잔치에 직계 가족만 초대했단 점이었다.

 

 돌잔치 며칠 전에 진행한 사진촬영은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었다. 전날 발톱을 좀 크게 다쳐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지만 스튜디오에서 따로 또 같이 가족사진을 찍었다. 다른 작가님들과 다르게 편안한 분위기에서 핸드폰으로도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게 해 주셔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첫 사진을 찍을 때는 그냥 앉아서 애기를 안아보라길래 얼떨결에 갔다가 한참 후에야 사진촬영이 시작된 걸 알아챘다. 그 덕에 둘째는 준비한 신발도 신지 않고 돌촬영을 끝마쳤다. 결과물도 만족. 자연스러움을 이끌어내 주신 사진작가님께 박수를 보낸다.

 

 이제 돌잔치가 남았다. 촬영과 달리 손님을 초대해야하기에 살짝 긴장이 되었다. 직계 가족만 초대하고, 공간 대여를 하고, 출장뷔페를 불러 식사를 할 예정이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내가 딱히 준비한 건 없었지만 떨리는 마음은 숨길수가 없었다.

아침부터 주문한 떡을 찾고 아이들을 준비해 돌잔치 장소로 향했다. 예쁘게 셋팅된 돌상에 12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각종 소품과 주방이 갖춰져 있어 소규모 돌잔치를 하기에 알맞은 장소였다.

 

 들고왔던 짐을 풀고 나서 아이들과 같이 사진촬영을 시작했다. 내 친가 쪽 가족이 일찍 도착해 아이들 케어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먼저 사진을 많이 찍어놓으려던 아내의 계획은 시작부터 흐트러졌다. 첫 째는 소품을 가지고 노느라 정신이 없었고 둘째는 오전 낮잠을 못 자 컨디션이 메롱 이었다. 어찌나 울던지 제대로 사진을 찍지도 못하고 돌잔치가 시작되었다.

 

 사실 별건 없었다. 간단하게 우리 4명의 가족사진을 찍고 돌잡이를 한 후 다같이 기념사진을 남긴 후에 식사를 하면 끝이었다. 사회자도, 경품추첨도, 사진작가도 없었다. 직계가족끼리의 모임이기에 내 친동생에게 핸드폰으로 사진을 많이 남겨달라고 부탁했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진행했다.

 

 둘째에게 돌잡이를 시키자 어리둥절해한다.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판사봉을 집어든다. 우리 집안에 예비 법조인이 탄생했다. 요즘 AI에게 위험한 직군이라는 신문기사를 읽었는데... 아빠가 되니 걱정이 앞선다. 둘째의 앞날이 창창하길 빌었다.

 

 마지막으로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출장뷔페를 세팅했다. 음식이 부실할까 걱정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았다. 식사를 하고 배달을 시켜 커피도 한잔 한 후 돌잔치를 마무리했다.

 

 아내와 나는 진이 다 빠져 있었다. 둘째는 돌잔치가 끝날 때까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첫째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집에 가지 않겠다고 끝까지 버텼다.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짐을 싣고 출발하니 일정이 끝났다는 사실에 긴장이 풀렸다. 코로나  이전엔 크게 돌잔치를 했었다던데. 간단하게 해도 이렇게 지치는데 제대로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오늘의 주인공인 둘째는 지쳤는지 차에 타자마자 골아 떨어졌다. 사실 부모나 가족 입장에서나 기념일이지 둘째에겐 생고생을 한 날일 것이다. 갑자기 평소와 다르게 불편한 옷을 입고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낯선 사람들(몇 번 보긴 했지만)과 서너 시간을 함께 했으니 말이다. 집에 와서 사진을 보니 둘째의 밝은 표정을 찾기 힘들다. 그래도 우는 것만 찍힌 건 아니어서 다행이랄까.

 

 처음 둘째를 데려와 새벽수유를 하며 밤잠을 설쳤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돌이라니 감회가 새롭다. 처음엔 둘을 키우는 게 막막했는데 지금은 밤잠도 잘 자고 가끔은 둘째 혼자서도 놀아서 그나마 수월해졌다. 조금만 지나면 어른 한 명이서 아이 둘을 보는 게 자연스러워질 것 같단 생각도 든다. 그러면 약속도 나갈 수 있고 친구들과 술 한잔 할 수도 있겠지.

 

 다시 한번 1년간 별탈 없었던 둘째에게 감사를 표하며 오늘의 일기를 마무리해야겠다. 둘째야 앞으로도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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