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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육아일기

둘째가 태어났다 _ 육아일기 (D + 626일, D - day)

by 토리오빠 2023.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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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7시 50분. 아내와 장모님이 자고 있는 코코와 인사하지 못하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아내는 코코와 인사를 하면 눈물이 날 것 같다며 숨죽이고 현관문을 나섰다. 아내는 수술 걱정, 엄마 없이 지낼 코코에 대한 걱정, 쑥쑥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 등등 복잡한 생각에 밤새 잠을 뒤척였다. 잠이 부족해 퀭한 눈으로 병원에 향한 아내가 맘에 밟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코코가 엄마~ 하고 울며 아침잠에서 일어났다. 

 

 아내가 쑥쑥이를 만나기 위해 엄마가 떠나있을 거라고 코코에게 자주 이야기해서인지 코코는 금방 칭얼거리는 것을 그쳤다. 평소처럼 사과와 계란, 고구마를 먹이며 코코를 어린이집에 보낼 준비를 했다. 날이 추워 내의를 입히고 목도리와 털모자도 씌웠다. 내 손을 잡고 총총거리며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길. 아직까진 다행히도 엄마의 부재가 느껴지진 않았다. 하지만 어린이집 선생님과 나란히 선 코코에게 잘 놀다 오라고 인사를 하자 코코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전엔 엄마가 어린이집에 데려다줬는데. 평소와 다른 이상함을 느꼈을 것이다.

 

 아내는 제왕절개한 모습을 내게 보여주기 싫다며 장모님을 보호자로 하고 입원했다. 코로나로 보호자가 한 명 밖에 동행할 수 없기에 나는 코코를 돌보며 아내가 무사히 퇴원하길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수술 전 검진을 받은 아내는 여전히 역아라며 아쉬워했다. 꼼짝없이 11시 반에 예정된 수술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아내와 메시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니 어느새 11시가 넘었다. 그리고 내가 보낸 카톡에 아내의 답장이 없었다. 수술에 들어간 것 같았다.

 

 얼마 뒤 장모님에게 연락이 왔다. 산모와 아기는 건강하게 잘 태어났다고 말이다. 고생한 아내가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아직 비현실적인 느낌이었다. 코코가 태어났을 땐 분만실에 있어서 모든 과정을 옆에서 느끼고 펑펑 울었는데, 둘째가 태어났다는 사실을 몇장의 사진과 동영상으로 받아들이려니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두 아이의 아빠가 된 건데 와닿지 않았다. 아내가 퇴원하는 날 쑥쑥이를 직접 보게 되면 슬슬 실감 나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일부러 아내와 통화하지 않았다. 목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코코가 있는 데서 아내와 통화를 하면 엄마를 그리워하는 코코가 무너질까봐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내와는 계속 카톡을 했는데 다행히 수술 후엔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진통제를 맞아 좀 어지럽긴 하지만 말이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은 밤 11시이다. 코코는 엄마가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잠들어 있다. 오늘은 나의 엄마, 코코의 할머니가 잘 놀아주어서 코코는 엄마의 빈자리를 느낄 새가 없었다. 꺄르륵 웃으며 재밌게 논 코코는 잠투정을 하다가 새근새근 잠들었다. 만약 장모님이 보호자로 와주시지 않았다면, 나의 엄마가 코코를 돌봐주러 오지 않았다면 오늘 하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을까.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가족을 이룬다는 건 주위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 가족의 든든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마지막으로 산모와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게 도와주신 하늘에 감사드리고 싶다.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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