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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육아일기

포기했다 _ 육아일기 (D + 648일, D + 23일)

by 토리오빠 202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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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와 쑥쑥이가 집에 온 지 며칠이 지났다. 나는 출산 휴가가 끝나 회사에 출근하기 시작했고 국가지원 산후도우미께서 오셨다. 앞으로 4주간 도움을 받을 예정인데 이 기간이 끝나면 오롯이 우리 부부가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

 

 퇴근하고 저녁을 먹고 정리를 하면 8시 반. 이때부터 새벽 1시까지 내가 쑥쑥이를 돌본다. 아내는 코코를 데리고 들어가 재우고 새벽 1시에 나와 교대한다. 나는 아내가 자던 자리인 코코 옆에서 잔다. 잠투정하는 코코를 달래는 게 내 새벽임무다.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코코는 새벽에 엄마를 찾았고 나는 코코를 달랠 수 없었다. 아내가 조리원에 있었던, 나와 코코만 집에 있을 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아침에 일어나면 피곤이 몰려왔다. 코코가 새벽에 잠을 설친 날이면 더욱 그랬다.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이끌고 회사로 향한다. 그나마 요즘 일이 바쁘지 않은 시기라 일은 그럭저럭 할만하다. 하지만 세시간마다 분유를 먹이고, 자주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는 신생아 육아는 버티기 쉽지 않다. 잘 자면 그나마 나을 텐데 코코에게 옮은 코감기가 말썽이다. 숨 쉬는 게 불편하니 도통 자지 않는다. 

 

 익숙한 피곤함이 밀려온다. 눈은 뻑뻑하고, 코에서 흐릿한 피냄새가 난다. 잠깐이라도 소파에 누워 눈을 붙이려 하면 쑥쑥이가 울기 시작한다. 달래고, 먹이고, 기저귀를 치우고. 둘째라 익숙하긴 하지만 쉽지는 않다. 힘들다.

 

 우선 재테크 공부를 포기했다. 당분간은 포트폴리오를 바꾸지 않고 기다릴 작정이다. 요즘 장도 좋지 않으니 어차피 시간이 필요한 상태였다. 묻어두면 오르지 않을까. 시간이 부족하기에 집에서 간단히 맨몸운동을 하려던 계획도 전면 중단했다. 운동을 하려면 피곤한 내 몸도 문제지만 아내의 눈치도 보였다. 시간이 나면 서로의 부족한 잠을 보충해주는 게 먼저였다.

 

 언제 쯤 내 시간이 생길까. 쑥쑥이가 밤잠을 자기 시작하는 100일쯤이 될까. 아니면 돌이 넘어 어린이집에 가는 시기가 될까. 한 명을 키울 때는 코코가 잠들면 내 개인시간이었는데 둘이 되니 개인시간 자체가 없다.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한 내게 이건 큰 고통이다. 회사도 그렇고 집도 그렇고. 그 빽빽함에 마음 둘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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